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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장례문화

동 아 2009. 1. 1. 22:36

<프랑스> 30~50년 시한부 임대제
시한부 임대제...묘지 국토의 0.1%/기간 끝나면 화장... 30년마다 공간 재활용/화장률 급증 아파트식 납골당..."5배 더 수용

파리시내 한 복판에 있는 '페르 라세즈' 묘지는 2백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브몽탕, 쇼팽, 발자크 등 유명인들의 무덤이 있어 파리시민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곳 이다. 울창한 나무, 잘 정비된 대로와 오솔길, 예술품이나 역사적 유물 같은 건축. 조각작품은 정원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런데 정작 눈여겨 볼 것은 지금까지 이 묘지에 50만명 이상이 묻혔고 앞으 로도 매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묘지의 면적은 무덤 10만기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40여만평방미터. 어떻게 수용 한계의 몇 배를 초과할 수 있는지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해답은 프랑스의 묘지제도에 있다. 이른바 시한부 임 대묘지 제도다.
1960년대부터 프랑스의 모든 자치구에서 실시되고 있는 이 제도는 10, 30, 50년을 단위로 하고 있다. 임대 기간이 만료되면 자치구는 유골을 화장해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처리한다.
임대기간이 만료되면 재계약을 통해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30년이 대부분이고 길어야 50 년이다. 유족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무덤을 관리할 수 있는 기간이 사실상 한세대 또는 두세대임을 뜻 한다. 

무연고 무덤 방치 없어
임대비용은 묘지마다 차이가 있으나 보통 10년 짜리가 300~400프랑(5만원.1995년기준), 30년 1500 프랑(20여만원.1995년기준), 50년 5500프랑(80여만원.1995년기준)이다. 임대기간이 끝난 무덤이나 후 손이 끊겨 관리가 불가능한 무연고 무덤은 당국의 판단에 따라 임의 처리된다. 무연고 무덤이 방치 되는 일은 결코 없다.

임대기간을 채운 무덤의 유골은 일정기간 유골 보관소로 보내진다. 유골을 작은 목관에 넣어 성명, 출생연월일, 사망연월일, 분묘지일련번호 등을 기입해 보관하면서 훗날 유족이 나타나면 재매장하거나 화장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연고무덤의 유골은 대부분 화장된다. 임대기간이 끝난 뒤 유족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묘지가 끊임없이 재활용되기 때문에 묘지공간이 부족할 리 없다. 묘지를 새로 조성하는거나 다름없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파리시내의 20개 묘지에는 70만기 수용규모에 지금까지 200만명 이상이 묻혔다. 1개 무덤에 평균 3명 정도 매장된 셈이다. '미셀 트랑타뒤' 파리시 장례청장은 "시내 중심부 묘지는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기는 하나 그렇다고 묘지를 구하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1804년 이 묘지가 조성될 당시 프랑스 혁명정부는 파리시내에 있던 모든 묘지를 파헤쳐 수백만의 유골을 카타콤베로 불리는 지하채석장에 묻고 대신 도시 외곽에 새로 묘지를 만들었다. 시당국은 시민들에게 새묘지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유명인들의 무덤을 그곳으로 이장했다. 그 후 파리시가 확장되면서 이 묘지는 시내로 흡수 되었고 기존의 전통 분묘 외에 납골당도 만들어졌다. 묘지건축물과 조각품 등은 역사적 유물로 보존되고 있다.

데이트 관광 코스 각광
묘지에는 항상 성묘객과 산책 나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시민들은 벤취에 앉아 명상에 잠기거나 독서를 한다. 우거진 나무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연인들은 손을 잡고 다정하게 데이트를 즐긴다.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은 "공동묘지가 관광지고 산책로라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는 얘기다. 묘지입구에는 묘역을 번지로 표시한 지도가 게시되어 있고 4절지 크기의 지도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자기 가족의 묘도 찾기 어려울 정도인 우리의 공동묘지와 너무 다르다. 프랑스 정부는 묘지난을 해결하기 위해 시한부 묘지제도를 실시하는 것 외에 아파트식 무덤과 가족묘 사용, 화장 등을장려하고 있다. 화장은 정부가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권장하는 사항이다.

 

카톨릭의 영향권에 있는 프랑스는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매장풍습이 강한 나라로 화장률은 아직9%에 불과하다(1995년기준). 소르본느 대학의 한국인 묘지 전문가인 홍석기 박사는 "불을 발견한이후 불을 신성한 것으로 여긴 기원전에는 화장이 성행했으나 예수의 부활을 계기로 카톨릭에서화장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그 후 불교권의 중국계 등 비기독교인들에 의해 화장이 이뤄지다 1889년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페르 라세즈' 묘지에 화장장이 설치됐고 1961년 바티칸에서 화장을 허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역사, 종교적 영향으로 프랑스의 화장률은 비록 낮은 편이나 당국의 지속적인 홍보로 꾸준히상승하고 있다. 즉, 85년 2.6%였던 화장률은 86년3.2%, 87년3.8%, 88년4.6%, 89년5.4%, 90년6.4%, 그리고 지금 9%까지 증가했다. 화장률은 대도시일수록 높은 편이다. 파리시의 화장률은 최근 15%까지 늘었다. 화장은 공간과 위생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장례비용을 절감 할수 있어 갈수록 호응을 얻어 가고 있다. 

번지 매겨 찾기 쉬워
프랑스에서 화장재의 60%는 바다나 강에, 29%는 공동묘지내 '추억의 정원'에 뿌려진다. 8%는 아파트식 납골당, 3%는 개인 납골당에 안치되고 있다.

납골당에도 시한부 묘지제도가 적용됨은 물론이다. 비용은 10년 250프랑, 30년 1000프랑, 50년 3500 프랑정도. 가족묘는 공간의 효율적 이용면에서 화장과 비교할 수 없지만 매장풍습이 강한 프랑스에 서 택할 수 있는 차선책이다.
가족묘의 대표적인 예로는 자치구 공동묘지에서 볼 수 있는 "카보"를 들 수 있다. 카보는 지하에선반식 층으로 건축된 무덤으로 부부, 가족묘로 사용된다. 2~3층이 일반적이나 최고 16층까지 쌓을 수 있고 밑에서부터 사망순서대로 묻는다. 프랑스의 묘지면적은 전국토의 0.1%도 안된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묘지공간을 최소화한 결과다. 대신 죽은 사람을 위해 묘지를 정성들여 가 꾸고 자주 성묘를 간다. 묘지는 죽은자와 산자 모두를 위한 휴식공간이다.

미테랑 대통령도 한평 남짓 권위 -하례 거부 "평등"
얼마 전 사망한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무덤은 프랑스 남서부의 시골마을 자르낙에 있다.
그는 이곳의 가족묘에 묻혔다. 가족묘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선산같은 것이 아니라 공동묘지안에 있다. 그의 무덤에서도 호화스러운 구석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면적은 2평방미터 정도. 대통령을지 낸 사람의 무덤치고는 너무 평범하다. 사망 후 몇달동안 수십만명이 참배한 탓에 유난히 꽃이 많이놓여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2m * 80cm 누구나 만족
프랑스 국민은 누구나 공동묘지에 묻힌다. 무덤 1기의 면적은 빈부나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2m *80cm로 정해져 있다.
사유지에 2평방미터 이상의 개인무덤을 조성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허가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데다 국민정서가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 미테랑 전 대통령의 무덤 이 일반인의 것과 다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드골 전 대통령 역시 프랑스 동부의 작은 마을 '콜롱베 레 두제그리제'의 공동묘지에 묻혔다. 드골 추모 행렬은 한해 14만명을 넘는다. 이처럼 완벽한 묘지제도에서 권위주의와 허례허식을 거부하는 프랑스 국민의 시민의식, 평등정신, 외형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품성을 엿볼 수 있다.

 

파리중심에서 북쪽으로 10km가량 떨어진 '종쉬홀' 묘지는 확 트인 녹지 공간과 여유있는 주차공간이 무척 인상적이다. 공동묘지라기 보다는 공원이다. 이 곳은 사시사철 성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묘지는 지난 70년대 늘어나는 묘지 수요에 맞춰 파리시 5개구가 공동 출연해 조성한 곳으로 면적은 30만 평방미터. 프랑스에는 3500여개의 자치구마다 최소한 1개의 공동묘지가 있다.

 

파리시의 경우 20개구에 1개씩 20개의 묘지가 있고 시 외곽까지 포함하면 23개다. '종쉬홀' 묘지에는 장례식장을 비롯해 자동화된 화장시설과 장례용품을 파는 '장례슈퍼마켓' 등 초현대식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현대식 시설이어서 화장할 때도 화장장 주변에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화장장 바로 옆에는 주택가가 자리 잡고 있다. 화장장 굴뚝으로 희미한 연기가 솟아 오르는 동안 100여m 떨어진 묘지밖의 마을 공터에서는 청소년들이 공놀이에 여념이 없다.

 

위생적으로 염을 하고 시신을 적정온도로 보관하는 시설도 완비돼 있다. 장례슈퍼마켓에서는 관, 수의, 꽃 등 일체의 장례용품을 규정 가격에 팔고 있다. 바가지란 있을 수 없다. 이 묘지의 가장 큰 특징은 창조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분묘와 납골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종쉬홀' 묘지에는 화장한 재를 뿌리도록 따로 지정된 '추억의 정원'이 있다. 분묘도 아니고 납골당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재를 버리는 데가 아니다. 재를 뿌린 뒤 두고두고 찾아가 고인을 추모하는 곳이다. 

초현대식 시설, 바가지 없어
이곳엔 '슬픔'을 상징하는 미루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유족들은 미루나무 숲의 한곳을 골라 화장재를 뿌린다. 재를 뿌린 곳에는 예외 없이 꽃들이 놓여 있 다. 세월이 지나 재가 비바람에 흩어지면 그 위에 다른 사람의 뼛가루가 뿌려진다. 이런 과정은 계속 되풀이 되고 유족들은 재를 뿌린 특정 장소에 집착하기 보다 경건하게 미루나무정원을 거니는 것으로 고인을 추모한다. '추억의 정원' 옆에는 비슷한 면적의 정원이 새로 조성되고 있다.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추억의 정원을 지나면 무덤이 나타난다. 한결같이 잘 가꿔져 있다. 바둑판 모양으로 규격화 되어 있고, 묘비에는 출생일과 사망일, 사망자 이름 정도만 적혀 있을 뿐 장황하지 않다.

 

프랑스인들에게 호화 분묘는 아주 낯선 말이다. 그들은 규정 면적을 철저히 지킨다. 그러면서 수시로 성묘하고 무덤을 정성 들여 가꾼다. 무덤의 조형물은 조각작품처럼 아름답다. 프랑스인들은 보통 한달에 두번 정도 성묘를 한다. 묘지가 주거지와 가까워 자주 성묘하는게 어렵지 않다. 그래서 묘지의 꽃은 시들기 전에 항상 새것으로 바뀐다. 

추억의 정원서 고인 추모
기자와 만난 60대의 '르로이' 부인은 "남편 사별 후 10년동안 1주일에 한번씩 남편 무덤에 들렀다"며 자신도 남편 옆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가족묘도 이따금 눈에 띈다. 가족묘는 옆으로 나란히 묻거나 수직으로 층층이 시신을 안치하는 장소다.

아파트식 무덤도 있다. 높이 3-4m, 길이 10-15m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벌집모양의 수평공간을 만들어 수백구의 시신을 안치한 곳이다. 콘크리트나 금속으로 된 마개로 밀봉해 놓았지만 통풍시설이 잘 돼 있어 탈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는 설명이다. 바로 옆에는 비슷한 방식으로 납골 항아리를 안치한 아파트식 납골당이 있다.

 

일반적인 형태의 납골당으로 화장재를 뿌리지 않고 보존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공간이용을 하는 사례로 꼽힌다. 근처에는 납골항아리가 개인 또는 가족별로 안치된 잔디밭이 있다. 개인, 가족 납골당 이다. 규모는 작지만 일반 무덤 못지 않게 갖가지 조형물로 잘 장식 돼 있다. 이렇듯 '종쉬홀'묘지는 다양한 형태의 무덤을 전시해 놓은 느낌이다.이런 다양성 속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려는 의지가 구석구석 배어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