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대통령

1971-12-25 대연각화재 현장의 박대통령

동 아 2010. 3. 24. 10:57
 
165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연각 호텔 화재현장에 나온
박정희 대통령이 김현옥 시장으로부터 상황설명을 듣고 있다.

1971년 12월 25일.  그 날은 엄청추운 크리스마스 날이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생긴 편견인지 모르지만 크리스마스날에는 항상 눈이 와야 멋있는 크리스마스란 생각을 사람들이 하고 있었지만 꼭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눈이 와야 한다는 생각을 버린지 오래된 크리스마스 였습니다.   아침부터 정말로 땅바닥을 밟으면 얼어버린 땅바닥이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날만큼 추운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아침에 교회에 가서 성탄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당시의 어린아이들이 그렇듯이 아마도 크리스마스는 설날.추석 보다 더 기쁜 날(?) 이었죠.    많은 꼬마들이 크리스마스날에는 교회가는 것이 일종의 유행이었죠.    예배를 마치고 그 추운 길을 걸어서 집에 되돌아 오면서 그날의 그 추웠던 기억과 그렇게 뽀얏던 하늘로 퍼지던 입김...   뽀드득 소리가 났던 그 추위가 그날의 추억이었죠.

 

그런데 집에 오니 텔레비젼에서 난리가 났죠.    웬 큰 빌딩에서 연기가 솟고 하늘엔 헬기가 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한눈데 봐도 무슨 큰일이 났구나란 생각을 했었죠.   그 연기에 쌓인 빌딩에서는 마치 가을날 낙엽이 떨어지듯 무언가가 떨어졌고 그러면 모여있는 군중들이 와~ 소리를 지르며 안타까워했고 그것이 사람이 빌딩에서 떨어지는 것이란 것을 알았죠.   

 

수많은 사람들이 건물의 창문에서 흰수건을 흔들며 살려달라고 외쳤고 방송카메라는 계속 살려달라는 사람을 잡고 있으면 조금 있다가 갑자기 사라졌고 그것이 살려달라고 흔들던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참으로 난리도 그런 난리는 없었습니다.    아비규환이란 표현이 맞을까요?

 

그리고 이 사건은 그냥 잊혀졌습니다.   어린맘에 아무리 큰 화재사건이라 해도 세상사를 배우는 것에 열심인 나이에 일일히 기억할 순 없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이 세상사가 돌아가는 이치를 좀 알고 부터 이 화재현장의 한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화재현장 박대통령의 사진 한장...

 

이 사진을 본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때는 몰랐었지만 그 수많았던 인파속에 한 키작은 인물이 조용히 서서 화재현장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휴일이고 아마도 제 기억이 맞다면 일요일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 휴일날에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대형건물 화재가 났다고 하니 이 청와대 어른도 청와대에서 화재현장 보도만을 보고 있을 수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휴일날 아침에 이렇게 나와서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식적으로165명이 죽었다는 대연각화재 현장에 나와서 당시 서울시장 이었던 김현옥시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박대통령... 바로 그 입니다.  

 

이 키작은 인물 이후로 청와대권좌에 5명의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국민의 고통받는 현장에 모습을 보인 지도자는 이 키작은 인물 이외는 없었습니다.  요즘은 5년짜리 대통령이기에 누구나 이름만 알려지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재난현장에 나올 수 있는 대통령은 없습니다. 나중에 보고만 받고 보상금 좀 많이 주라고 지시는 내릴 수 있어도 이렇게 몸소 국민이 생명을 잃는 현장에서 지켜 볼수있는 지도자는 이세상에 없습니다. 전그렇게 생각합니다.

1971년 발생한 대연각 호텔 화재사고 동아방송(DBS)에서 방송한 속보 내용입니다.        

< 출처 : 방송사료관 museum.kbi.re.kr >       (▶를 클릭하시면 방송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