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을 비롯한 여러 가지 검사에도 이상이 없으면서 계속해서 명치 쪽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의학적으로 기능성 소화불량이라고 하는데 증상이 오래 지속될 경우 만성 소화불량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사 후 대변이 묽게 나오거나 대변 속에 음식의 일부가 섭취 당시의 모양 그대로 나오면 소화가 안 된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고 의학적인 뜻의 소화불량은 상복부에 국한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인 불쾌감을 의미한다. 이는 상당히 흔한 증상, 흔한 질환이고 전 국민의 30~40%가 이를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소화불량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고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명치가 아프다고 하는 상복부 통증이나 불쾌감, 식후 더부룩하다고 하는 포만감, 팽만감, 트림, 식욕저하 등이 모두 관련 있는 증상이다.
소화불량의 원인
과거에는 그 원인을 신경성이라고 진단했는데 불안증, 공황장애, 우울증, 건강염려증 등이 대표적인 정신신경학적 요인이고 스트레스도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여겨진다. 이미 100년 전에 고양이를 이용한 실험에서 스트레스에 의해 위의 소화력이 떨어지는 것이 입증되었다. ※제목그림 : 1897년 W.B Cannon박사는 고양이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가 위의 소화력을 떨어뜨림을 입증했다
현대인에서는 스트레스의 양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의 종류, 개인의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의 차이에 따라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안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들어 다른 이유들도 밝혀지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위 기능의 저하이다. 위 기능이 떨어지면 음식물이 위에서 소화되지 않고 십이지장으로도 내려가지 않아 포만감, 팽만감을 포함한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위 기능 저하는 위 배출 기능검사 등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증상으로도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환자가 그런 특수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대부분은 원인 불명이지만 감기 등에 의해 일시적인 경우도 있고 특정 약물에 의한 경우도 많다.
요즘에는 당뇨병도 많은 원인이 된다. 혈당이 높으면 위 기능이 떨어지고, 이것이 오래 지속되면 당뇨병의 합병증과 함께 당뇨병성 위 무력증이 오기도 한다. 위 무력증은 위 기능이 극도로 저하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러 가지 약물을 투여해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환자들은 위 기능이 정상으로 나타나는데 이 때의 원인은 내장 신경이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위를 비롯한 내장의 부드러운 점막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작은 신경들이 깔려있는데 이들 내장 신경이 어떤 원인에 의해 예민해지면 속이 불편하다고 느껴진다.
이는 여름 햇빛에 화상을 입은 피부가 다 낫고 난 이후에도 약한 자극에 통증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만성 소화불량증 환자들 가운데 상한 음식을 잘못 먹어 토사광란을 일으킨 후에 증상이 생겼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때로는 상한 음식이 아니더라도 특정 음식에 의해 증상이 악화된다고 음식을 원인으로 간주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러나 소화불량을 일으킨다고 객관적으로 증명된 음식은 없다. 헬리코박터 균이 만성 소화불량과 관련이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여러 연구결과 일부의 환자들만이 이 균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되므로 모든 환자에서 균 박멸 치료를 할 필요는 없고 일반적인 치료에 효과가 없던 환자들에게서만 박멸 치료를 해볼 수 있다.
위 검사는 정기적으로 받아야
우리나라는 위암이 많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는 필수적이다. 국가에서는 40세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2년마다 위내시경 또는 위장촬영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40세 이전이라도 증상이 지속적이고 다른 이상 증상을 동반하면, 즉 몸무게가 빠진다든가, 증상이 심해서 식사를 잘못한다든가, 변이 흑갈색으로 나오거나 빈혈이 동반되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기록상으로는 13세의 어린이에게서도 위암이 보고된 적도 있고, 20대 초반에서도 상당히 진행된 위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이는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위장 증상이 있다고 모두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위암이 유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위암이 유전되는 집안은 10여 개밖에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집안에 위암 환자가 있다고 해서 평생 위암 공포에 시달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검사에 신경을 쓸 필요는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정해진 원칙은 없지만 20대 성인에서는 갑자기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위장 검사를 바로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20대의 경우 기다려도 증상이 안 좋아지거나 약을 먹어도 호전이 되지 않을 때, 30대의 경우 증상이 반복적으로 지속할 때에는 위장 검사를 받아야 하고, 40대 이후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최소한 2년마다 한 번씩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위장 검사는 촬영 검사보다는 내시경 검사가 더 정확하다. 초기 위암의 경우는 위장촬영으로는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위장촬영 검사에서 위가 밑으로 처져 있으면 위하수라고 해서 위 기능이 떨어지는 원인이라고 생각했었으나 여러 후속 연구에서 위 기능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위내시경 검사도 100% 정확할 수는 없다. 환자가 협조가 되지 않아 검사도중 구역질을 많이 하면 있는 병변도 놓칠 수밖에 없다. 병변이 작거나, 상당히 진행된 병변이라도 점막 속에 숨어있으면 검사에서 발견이 안 되거나 조직검사를 해도 진단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증상 치료를 했는데도 두 달 이상 지나도록 호전이 없을 때는 소화기내과 전문의에게 내시경을 다시 받아볼 필요도 있다. 내시경 검사가 참기 어려운 경우 수면내시경 검사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수면제(진정제)를 다량 투여해도 수면을 이룰 수 없거나, 반대로 노인에서는 소량의 진정제에 의해서도 숨을 안 쉬어 사고가 나는 수도 있으므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소화불량의 다른 원인들
소화불량 증상은 반드시 위 때문에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다. 담석증은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위장 이외의 가장 대표적인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위경련이라고 표현하는 심한 식후 통증을 호소하는데 때로는 식후 꽉 막힌 듯한 답답함, 무지근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따라서 40세 이상에서 만성 소화불량 증상을 호소하지만 내시경에서 이상이 없고 치료에도 반응이 없으면 담석증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평소 반복적으로 과량의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만성 췌장염, 50~60세 이상에서 가끔씩 발견되는 췌장암도 비슷한 소화불량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초음파, 나아가서는 CT가 필요하기도 하다. 특히 췌장암의 경우 초기에는 증상만 있고 검사에서는 나타나지 않아 여러 번의 CT검사에서도 정상으로 나왔다가 나중에야 수술 불가능한 상태에서 말기에 진단되는 수도 있다.
전에 수술을 받았던 사람들 중에는 나중에 장 유착이 생겨서 위장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역시 유착이 심하지 않을 때는 메스꺼운 증상, 막연한 복부 불쾌감만 있고 방사선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오다가 나중에 심해졌을 때에야 검사로 진단되는 수가 있다.
소화불량의 치료법
치료는 증상에 맞춘 대증요법이다. 통증, 속쓰림, 신물 등 궤양 관련 증상을 호소할 경우 궤양 치료제를 투여하고 불쾌감, 포만감, 가스 팽창 등 소화기능 저하 관련 증상을 호소하면 위장관 운동기능 개선제를 투여한다. 과거에는 커피나 술, 담배는 무조건 끊으라고 하였으나 이들이 담배를 끊어서 증상이 더 좋아졌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따라서 요즘에는 지나치게만 하지 않도록 권하고 있다. 가스 증상을 많이 호소하면 청량음료나 발효가 잘 되는 음식, 두부 같은 콩 종류, 과일, 야채를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한다. 음식을 급하게 먹는 것도 팽만감, 잦은 트림의 원인이 된다. 음식은 천천히 먹고 너무 기름진 음식은 소화력을 떨어뜨리므로 튀긴 음식을 과량 섭취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특정 음식이나 특정 음료가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받은 것은 없다.
밀가루 음식을 피하라는 충고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는 약물요법이 가장 중요하다. 약은 중독성이나 내성은 없지만 장기간 계속 먹을 필요는 없다. 증상이 좋아지면 끊었다가 악화되면 다시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무엇보다도 여러 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었다면 자신의 병이 별게 아니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 병원, 저 병원, 이 의사, 저 의사를 찾아 끝없이 헤매고 다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