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대통령

그때를 아십니까? 눈물의 천막당사

동 아 2008. 4. 25. 21:48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한나라당 새 대표로 선출된 박근혜입니다.

여러분, 요즘 얼마나 힘이 드십니까?
시장에서, 쪽방에서, 중소기업에서 만나 뵌 많은 분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얼마나 힘들어하시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저는 새로 옮긴 천막당사로 가려고 택시를 탔다가 기사 아저씨한테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든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왜 이렇게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드느냐? 정치인들이 맨날 싸움만 하니까 나라가 이 모양 아니냐, 그 바람에 죄없는 국민들만 죽겠다.” 이렇게 호통을 치셨습니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이셨습니다.
저는 뭐라고 변명할 말이 없었습니다.

사람한테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정치가 무엇입니까?
국민을 편안하고 잘 살게 만드는 것이 정치입니다.
국민을 편안하고 잘 살게 하지 못한다면 정치가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지금 장사하시는 분들은 월세조차 못내고 있고, 우리의 아들 딸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원서를 수십 번 내도 불러주는 회사가 없습니다.

일가족이 생활고를 비관해서 동반자살을 하고,
배곪는 아이들이 100만을 넘었습니다.

실직한 아버지가 병원비 때문에 희귀병 치료를 받던 딸의 인공호흡기를 떼냈다는 가슴아픈 이야기, 빚에 쫓기던 한 농부가 어머니 장례식에도 못가고 한밤중에 어머니 산소를 찾아가 목놓아 울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차마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가슴아픈 사연들입니다.
지금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어버렸습니까?
우리 대한민국이 어떻게 만들어진 나라입니까?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전쟁의 폐허 위에 피와 땀으로 일으켜 세운 자랑스런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단지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그 죄 하나로, 머나먼 낯선 나라에 광부로, 간호사로 건설노동자로 가서 일을 했고, 심지어는 남의 나라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치면서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못 먹고 못 입으면서도 자식에게만큼은 이 가난을 물려주지 말자는 일념 하나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해 왔습니다.
그 땀과 눈물을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60년대 가뭄이 심했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지방 순시를 다녀오신 후 저녁식사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았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식사를 하지 못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왜 식사를 안하시냐고 물으시니까 한참동안 천장만 바라보시다가 말씀하셨습니다. 지방에 가서 만난 아이들이 얼굴에 온통 버즘이 피어 있었고, 빡빡깍은 머리마다 기계충이 옮아 있었고, 그 아이들의 어머니들은 먹지 못해서 얼굴과 손발이 퉁퉁 부어 있었다고 하시고는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리셨습니다.

나가시는 뒷모습에서 아버지 어깨는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 식구들은 그날 아무도 저녁밥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그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 속에 배어 있는 배고픔과 삶에 찌든 아이들 어머니의 슬픈 눈동자를 아버지께선 외면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아마 돌아가실 때까지 외면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가난이 우리에겐 제일 큰 적이었고, 그렇게 가슴에 맺힌 한을 풀기 위해서 우리는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렇게 일으켜 세운 대한민국이 지금 이렇게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의 잘잘못을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정부와 여당의 책임을 따지지도 않겠습니다.

저희 한나라당은 왜 잘못이 없겠습니까?
국민여러분의 아픔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저희부터 반성하겠습니다.

속죄의 심정으로 한나라당이 해야할 일을 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경제만큼은 저희 한나라당이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저는 대표가 되자마자 천막당사에 경제현황판부터 만들도록 했습니다.
매일매일 경제 현황을 꼼꼼히 챙길 것입니다.
민생현장에서 국민 여러분께 들은 이야기를 사무실 벽에 모두 기록해 놓고, 매일매일 보고 챙길 것입니다.
하나부터 끝까지 국민여러분이 먹고 사는 문제, 경제문제를 챙기는 그런 정당으로 탈바꿈하겠습니다.

국민여러분께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그동안 우리 정치는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는 뒷전이고 정치싸움만 해왔습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이 무엇을 싫어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제가 대표로 있는 한,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상관없는 일로 국회가 싸우는 모습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남의 탓하고, 남의 욕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저희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모든 고통을 다 ‘내 탓이오!’ 할 것입니다. 콩나물 한 줌을 사면서도 몇 번이나 망설이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여러분의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생활정치를 반드시 보여드리겠습니다. 여러분께서도 힘과 용기를 내십시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이제는 편을 가르는 정치, 증오의 정치도 끝을 내야 합니다.
서로를 욕하고, 탓하고, 서로를 비난만 해서는 결코 국민이 편안할 수 없고, 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어느 개인의 것도 아니요, 어느 특정세력의 전유물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의 땀과 노력으로 만든 우리 모두의 공동체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에는 3가지 상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립현충원, 4.19묘지, 광주 815묘역, 이 3가지 상징이 나름의 역사적 정통성을 갖고 대한민국을 끌고 왔습니다.

어느 세력도 자기만의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존중하고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야만 국가통합도 국가발전도 이룰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근대화 세력도 집권을 해 봤고, 민주화 세력도 집권을 해 봤습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갈등의 고리를 끊을 때도 되었습니다.

정치가 바로 그런 일을 해야 합니다.

저희는 최근의 거센 탄핵 역풍을 보면서도 뼈저린 교훈을 얻고 있습니다.

아무리 탄핵사유가 충분하고, 또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일이라 해도, 국민의 여론을 충분히 구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우리가 도덕적으로 신뢰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는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있습니다.

저희로서는 비록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국론분열과 갈등을 가져온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차분한 마음으로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모두가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17대 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저희 한나라당이 국민여러분께 얼마나 많은 실망을 드렸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킨 중심세력이면서도 저희는 그동안 나태했습니다. 부패와 적당히 타협했고, 기득권만 누리려고 했고, 국민여러분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습니다.
국민여러분께 사죄하는 마음 하나만 남기고 다 버리겠습니다.
과거의 한나라당은 과감하게 청산하고, 백지 위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

그 첫 출발로 저희는 중앙 당사를 바람 부는 여의도 벌판의 천막으로 옮겼습니다.
거친 벌판으로 나가서 비, 바람을 맞으며 국민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부패와는 영원히 손을 끊겠습니다.
당장 이번 총선부터 한나라당 모든 후보의 선거비용과 당의 국고보조금 사용 내용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할 것입니다.

엄격하고 가혹한 당 규율을 확립할 것입니다.
부패연루자에 대해서는 제명, 영구 출당 조치 등 사법기관 보다 훨씬 가혹한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제가 대표로 있는 한, 부정부패 연루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탄 국회는 결코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저희는 국민 여러분께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정책정당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합리적 개혁주의자로 국민여러분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서울대학교 박세일 교수와 개혁 그룹을 모셔왔습니다.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끊임없이 생산해 낼 것입니다.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민생 정책을 놓고 밤새워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묵묵히 땀 흘려 일하면서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더 이상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잘못된 정치문화를 꼭 바꾸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남의 눈의 띠끌만 보고 자기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는 그런 정치는 안하겠습니다. 저희부터 먼저 변하겠습니다. 비난과 막말, 부정을 위한 부정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부터 실천하고, 한나라당의 모든 후보들이 실천할 것입니다.

저는 저희 한나라당만이 국민을 잘 살 수 있게 한다거나, 우리만이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당들도 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 한나라당이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한 능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고, 잘못을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나려는 각오도 가장 강하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드립니다.

아시다시피, 총선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심부름꾼을 뽑는 선거입니다.
한번 선택하면 앞으로 4년 동안 여러분의 지역과 나라를 책임지게 됩니다.
좋은 정책과 비전을 가진 유능한 인물들이 선택을 받을 때, 정치개혁도 국가발전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오로지 탄핵문제 때문에 유능한 인재들이 선택받지 못하고, 검증받지 못한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간다면 정치발전, 국가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지금의 분위기로 간다면 야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습니다.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때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사회가 극단으로 흐르게 된다는 사실을 국민 여러분께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보도를 통해 알고 계시겠지만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깨끗한 정치를 외치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정작 선거법 위반을 가장 많이 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이런데, 아무도 견제할 수 없는 절대다수의 1당 체제가 출현한다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 것인지 현명하게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거대여당의 출현을 정권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하고, 지난 1년간 보셨던 원칙없는 인기영합주의 정책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나눠가질 빵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분배를 요구하는 이익집단의 목소리는 폭발적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투자는 더욱 줄어들고, 기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갈수록 실업은 늘어날 것입니다.

정권이 제대로 견제를 받지 않고 인기영합주의에 빠져서, 결국 3류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던 남미 국가의 길을 걷게 될 위험이 너무도 큽니다. 이것은 제가 정부여당을 비난하기 위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저는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들어 국정운영이 과연 어떠했는지 차분하게 되돌아보시고, 국회까지 거대여당이 장악을 했을 때 과연 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해 주십시오.

대통령과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야당이 소멸되는 것이 과연 나라를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주십시오.
정권이 불안하고 위험한 길을 갈 때, 최소한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건전한 야당을 만들어 주십시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한나라당 대표가 된 다음날, 명동성당과 영락교회에서 고해성사를 하고, 참회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조계사에서 108배를 올렸습니다.

“국민여러분께 지은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내일에 대한 기약도 없이 절망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을 달라”고 빌었습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국민 여러분에게 큰 빚이 있습니다. 그 빚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국민 여러분께서 부모님과 형제 자매가 되어 주셨기 때문에 고난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제가 바른 정치를 해서 여러분께 그 빚을 갚고 싶습니다.
제가 정치를 그만둘 때 향기나는 정치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지금 저희 한나라당, 새롭게 태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가장 절망적인 위기에서 제가 대표로 선택받았습니다.

저는 절망에 빠진 가정에 어머니가 된 심정으로 해 가겠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10명의 자녀를 맡았더라도 어머니는 그 자녀들을 굶기지 않습니다. 어떤 수를 써서도 굶기지 않고 학교도 다 보냅니다. 그런 정신으로 하겠습니다. 어머니가 강한 것처럼 무슨 어려운 일도 할 수 있습니다.

고통스럽지만 꼭 이겨내서 여러분 앞에 당당히 서겠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거듭난 저희 한나라당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겠습니다.
국민들이 살기 좋고 편안한 나라를 꼭 이루겠습니다.

저와 저희 한나라당의 간절한 마음을 받아주시고,
한나라당과 저에게 기회를 한번만 더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