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대통령

서사모아에가면 한국 어부들의 묘비가 일제히 고국 대한민국 쪽을 향해있다

동 아 2008. 4. 12. 22:58

참치회 1인당 1만5천원에 무한정 드림’
길거리 횟집에 붙어 있는 광고문이 행인을 부른다.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참치는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먹는 참치는 원양어선에 실려온다. 오늘의 ‘참치 풍년’은 한마디로 원양어업의 성과물이다.


올해가 한국 원양어업 50주년을 맞는 해라 한다.
반세기 전 최초로 원양어업의 파도를 가른 배는 지남호였다. 지남호에 탔던 선원들은 원양어업의 선구자라 할 만하다.   
지남호의 선장(윤정구)은 오늘날 오양수산의 사장이 되었고, 실습항해사(김재철)는 동원그룹의 회장이 되었다. 언론보도를 보니 오양수산 사장은 지난 6월 원양어업 반세기를 기념하는 행사에서 원양어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온갖 역경을 딛고 개척한 지난날을 회고했다 한다.

 
동원그룹 회장은 참치잡이에 관한 글이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분이다. 정부의 훈장을 받고 무역협회장을 지낼 정도로 개인적인 성공과 명예를 아울러 성취한 인물로 꼽힌다.
두 분은 서양식의 표현으로 ‘참치 영웅’들이다. 오늘의 ‘참치 풍년’을 가져온 주역으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구멍가게에 흔하게 쌓여 있는 참치 통조림을 보고도 그것을 차마 사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먼바다에서 희생된 원양어부들의 유가족들이다. 그들의 묘조차 국내에는 없다. 원양어업의 전초기지였던 남태평양 사모아섬에 90여기의 묘가 있고, 주검을 찾지 못한 그밖에 수많은 원혼(寃魂)들이 먼바다를 떠돌고 있다.


어업은 목숨과 마주서는 험한 노동이다. 지난날엔 어선의 조난사고가 빈번해 무수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참치의 ‘참’자만 들어도 목이 메여, 남들이 흔하게 먹는 참치를 굳이 외면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증인이 위의 두 분이다.

 
그런데 두 분의 발언을 보고 글을 보아도 먼바다에서 희생된 동료 선원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 
“그들의 희생 위에 우리 원양어업이 발전했다. 우리는 그들을 잊을 수가 없다.”
이런 한마디쯤은 망자(亡者)에 대한 예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명인들이 존경받는 것은 자기에게 오는 공(功)을 이웃에게 돌리는 겸허함에 있다.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인다 해서 결코 그에 대한 평가에서 손해보는 일은 없다.

 
망자는 말이 없다.
서사모아의 한 묘역에 가면 한국 어부들의 묘비가 일제히 고국 대한민국 쪽을 향해 있다.
망자는 말이 없지만, 그들을 찾아가 위로하는 이 나라 지도층 인사 하나 없다. 
영광(榮光)이, 살아 있는 자의 전유물이어서는 그 나라 그 역사에 긍지가 없고, 정의도 없다.
진정한 ‘바다의 영웅’은 사모아에 잠들어 있는 그들이다. 그것이 역사의 정의다.

박정희 대통령이 사모아의 어부들을 찾아간 것은 1968년 9월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방문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예정에 없던 사모아에 들렀다. 바다를 건너갈 비행기 한대 없어 노스웨스트 여객기를 빌려 타고 다니면서도 그는 사모아의 우리 어부들을 찾아가 가족의 생계와 외화벌이를 위해 위험과 싸우는 노고를 위로하고 감사의 정을 표했다.
오늘날 태극 마크를 단 국적기가 하늘길을 누벼도 박대통령 뒤로 어떤 대통령도 그곳을 찾아간 적이 없다.